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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눈물’ 닦아준 대법원 “본채용 거부는 부당”

  • 관리자4
  • 202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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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시설 문 닫는 새벽 출근거부하자 정식채용 거절 대법원, 부당해고 취지 파기환송

워킹맘이 수습기간에 어린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새벽 근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본채용을 거절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오전 이른 시간에 근무할 경우 자녀를 보육시설에 등원시킬 수 없는데도 회사가 새벽 근무를 강제함으로써 ·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저출산 시대에 육아하는 노동자의 근무환경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고속도로영업소 초번 근무제도에 갈등

20<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2(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고속도로영업소 관리 용역업체인 M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 16일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소송이 제기된 지 5년여 만이다.

사건은 2017년 고속도로 관리 용역업체가 바뀌며 시작됐다. 여성노동자 A씨는 종전 용역업체에서 2008년부터 8년여간 일하다가 M사가 용역을 입찰받으며 20174월부터 고속도로영업소 서무주임으로 고용승계됐다. 단 이전 근무기간과 무관하게 3개월간 수습기간을 뒀다. 그러면서 문제가 있는 경우사용자가 본채용을 거부할 수 있도록 정했다.

문제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조건은 취업규칙인 현장직 복무규정에 담겼다. 복무규정은 일근직 사원의 근로시간은 현장의 특성에 맞춰 정하고, 사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무시간 변경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정했다. 회사는 초번 근무(교대제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매달 일정 횟수로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 제도를 운영했다. A씨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다.

A씨는 만 1세와 6세인 자녀를 키우고 있어 새벽 근무가 쉽지 않았다. 종전 회사에서는 초번 근무를 면제받고, 공휴일에는 연차휴가로 대체해 쉬었다. 그런데 용역업체가 변경되며 회사가 초번 근무에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 다행히 고용승계된 첫 달에는 유치원 등원시간에 맞춰 외출을 허락받아 초번 근무 3번을 모두 수행했다.



공휴일 출근지시에 초번 근무 거부, 근태 감점

갈등은 사측이 20174월 말부터 공휴일 출근을 지시하면서 불거졌다. A씨는 예전 회사에서는 다른 영업소 서무주임도 공휴일에 근무하지 않았는데, 근무형태를 하루아침에 변경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경위서를 냈다. 그러자 사측은 무단결근이 계속되면 초번 근무시 외출을 허용할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놨다. 이에 반발해 A씨는 20175월부터 초번 근무에 들어가지 않았다.

사측은 이를 빌미로 본채용을 거절했다. 3개월 후 본채용 평가에서 A씨가 총 9회의 초번 근무를 거부하고 공휴일과 근로자의 날에 무단결근했다는 이유로 근태 항목에서 50점 가까이 감점했다. 그 결과 총점 100점 중 70점에 미치지 못했다. 회사는 2017630A씨에게 정식채용 거부를 통보했다.

A씨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지만,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휴무일 설명을 들었는데도 무단결근을 계속했다는 등을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중노위는 회사가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노력하지 않았다며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M사는 20181월 소송을 냈다. 사측은 초번 근무시 외출하도록 허용하며 A씨 사정을 배려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측은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사정을 배려받지 못했다고 맞섰다.



엇갈린 하급심, 대법원 육아기 노동자 배려 없어질타

쟁점은 자녀 양육이라는 사유로 노무제공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본채용 거부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상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1심은 A씨에게 초번 근무와 공휴일 근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본채용 거부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는 형식적으로 관련 규정을 적용해 실질적으로 A씨가 근로자로서의 근무어린 자녀의 양육중 하나를 택일하도록 강제되는 상황에 처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2심은 초번 근무공휴일 근무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A씨가 이행하지 않은 것이 본채용 거부통보의 원인이 됐다는 취지로 사측의 청구를 인용했다.

대법원은 원심을 다시 뒤집었다. 중노위가 201911월 상고한 후 대법원에서만 4년간 심리했다. 대법원은 회사가 ·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아 A씨가 초번 근무와 공휴일 근무를 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먼저 “A씨는 영업소에서 약 89개월 동안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 온 숙련된 근로자로서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된다“A씨 입장에서는 본채용 거부통보가 실질적으로 수 년간의 고용이 종료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력을 갖는 점을 고려하면 거부통보의 합리적 이유와 사회통념상 상당성은 신규 근로자 본채용 거부보다 다소 엄격하게 판단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육아기 노동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고 질타했다. 대법원은 회사가 공휴일 근무의 횟수·빈도나 근무시간을 조절해 연차휴가·외출 등을 사용하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하거나 A씨가 바뀐 근로조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일정한 유예기간을 부여했더라도 영업소 운영에 큰 지장이 있었으리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영업소에는 교대제 혼합형태 근무자가 7명이 더 있어 A씨가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직원도 아니었던 점도 근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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