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훈풍부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저임금 하청이 부른 '자승자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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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8.11. 오전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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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세계 선박 발주량 55% 수주…상반기 이어 세계 1위 실적
인력난 '심각', 정부 외국인 쿼터 확대 등 대책 '땜질 처방'
대우조선해양은 최대 고객인 그리스 해운선사 안젤리쿠시스 그룹에 110번째 선박을 인도한다고 31일 밝혔다. 이번에 건조를 마치고 인도하는 선박 이름은 '존 안젤리쿠시스호'다. 존 안젤리쿠시스호는 안젤리쿠시스 그룹 산하 마란가스사와 2019년에 계약한 LNG운반선으로 천연가스 추진 엔진과 완전재액화시스템 FRS가 탑재돼 기존 LNG운반선 대비 연료 효율은 30%가량 높이고, 오염물질 배출량은 30% 이상 낮췄다. 사진은 기사내용과는 관계없음. (대우조선해양 제공) 2022.3.31/뉴스1


(세종=뉴스1) 이정현 임용우 기자 = 'K-조선'의 위상이 공고해지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달 세계 선박 발주량의 55%를 수주하는 등 상반기에 이어 세계 1위 수주실적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고라는 '빛'의 이면에는 업계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에서 비롯된 심각한 인력난의 '그늘'도 존재한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를 늘려 시급한 불을 끄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당장의 외국 인력충원보다 업계 고질적인 다단계 하청구조를 개선하고, 원·하청 근로자 간 임금격차를 해소함으로써 찾아가는 일자리가 될 수 있는 근본적인 환경변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전 세계에서 211만CGT(53억달러)상당 선박이 발주됐는데 그중 물량 기준 55%, 수주금액으로는 57%를 한국 조선업계가 수주했다.

지난달 발주된 선박 수는 총 72척으로 선종별로는 컨테이너선 17척, 탱커 16척, LNG운반선 12척, 벌커 11척, 기타 16척 등이다. 174㎦ 이상 대형 선박(고부가 선박) 또는 LNG 연료를 사용하는 친환경 선박의 비중이 높았다.

고부가 선박 발주량은 전체 발주량 중 49%, 친환경 선박은 60%로 모두 국내 조선업계의 주력 선종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조선업계에서 수주한 선박은 총 19척으로 116만CGT(30억달러) 상당이다.

선종별로는 LNG운반선 12척, 컨테이너선 3척(1800TEU 피더급), 탱커 3척, 여객화물겸용선 1척을 수주했다.

전 세계 LNG운반선 발주물량 전량, 친환경선박 발주물량의 81%를 우리나라가 수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훈풍을 타고 있는 조선업 경기와 달리 업계는 일할 사람이 없어 전전긍긍이다.

실제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2014년 13만명(사내협력사 기준)대에 육박했던 국내 조선업 생산직 근로자 수는 지난 5월 기준 4만8303명까지 급감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조선업 불황에 많은 인력이 빠져나간 뒤 돌아오지 않은데다 새로 진입하려는 사람도 없는 영향이다.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조선업 회복을 위한 정부의 고민도 깊다.

당장 정부가 조선업, 농촌 등 인력난이 심각한 산업군의 수급 문제 완화를 위해 꺼내든 카드는 '외국인 근로자 도입 확대'다.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월평균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약 35%에 불과한 만큼 외국인 근로자 수급 확대를 통해 당장 급한 불을 끄겠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는 이달 중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외국인 신규쿼터' 추가확대를 결정한다. 월 1만명씩 연내 입국이 이뤄지면 올 연말까지 26만4000명(코로나19 이전 평시 수준의 약 95%)의 외국인 근로자가 각 산업현장에 배치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입국 길이 막혔던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이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들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E-9·고용허가제)는 1월 2671명, 2월 2341명, 3월 3813명, 4월 4867명, 5월 5308명, 6월 6208명, 7월에는 1만 명 이상의 외국인근로자가 입국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22.7.1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문제는 조선업이다. 정부의 이번 외국인 근로자 확대 대책은 숙련도와 전문성을 요구하는 조선업 현장의 인력수급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 역시 당장의 인력수급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판단, 조선업에 대해서는 긴급한 작업물량 증가 등 사유가 발생할 경우 특별연장 근로를 활용토록 신속·인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사측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주52시간을 초과한 노동을 강요하는 것으로, 오히려 그나마 남아있는 이들의 이탈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또 조선업계 인력난을 타개할 유인책으로 '조선업 내일채움공제 확대' 카드를 꺼냈다. 조선업 종사자의 평균 연령은 45.2세다. 이를 고려해 제도 수혜자의 연령을 기존 39세에서 45세로 확대하고, 대상지역과 지원인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협력사의 잦은 폐업 등을 고려해 근속요건을 완화해 원청 내 하청기업 간 이동도 근속으로 간주하고, 공제금 조기 수령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도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업 인력난의 근본원인은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비롯된 터무니없는 임금 차이다. 20년 이상 근무경력의 하청근로자의 평균 시급이 현행 최저임금(9160원)을 조금 넘는 현실 속 임금문제 개선 없이는 고질적인 인력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다단계식 원하청 관계 재정립'과 '원청-하청 근로자 간 직접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제도 개선 없이는 지금과 같은 인력난은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신원철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영 정규직 노동자 임금은 단체교섭, 사내하청노동자 임금은 하도급 공사금액의 범위에서 개별적으로 결정되고 있다"며 "단체교섭이나 노사협의를 통해 사내협력노동자들이 실질적인 주체로 참여하거나 노사협의를 실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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